LP는 사고 싶은데, 막상 턴테이블을 검색해보니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이 훌쩍 넘는 기기들이 줄줄이 나와서 겁부터 나셨죠. "아날로그 감성 좀 즐겨보려 했더니 진입장벽이 이렇게 높나" 싶고요.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처음엔 비싼 거 사지 마세요.
저는 LP를 만 장 넘게 다루는 음반 가게를 운영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입문자를 봤는데, 첫 턴테이블에서 가장 흔한 후회가 딱 하나예요. 무리해서 고가 장비를 샀다가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모셔두는 것. 오늘은 그 시행착오를 줄이는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왜 입문자에게 고가 장비가 오히려 독일까
비싼 턴테이블이 나쁜 게 아닙니다. 문제는 입문자에게는 다루기가 너무 까다롭다는 데 있어요.
고급 턴테이블일수록 사용자가 직접 손봐야 할 게 많습니다. 카트리지(바늘이 달린 부품)의 침압을 정밀하게 맞춰야 하고, 안티스케이팅을 조절해야 하고, 본체 수평까지 맞춰야 제 소리가 납니다. 이게 익숙한 사람에겐 즐거운 과정이지만, 처음 접하는 분에겐 그냥 스트레스예요.
게다가 잘못 만지면 오히려 손해입니다. 침압이 너무 높게 설정되면 바늘이 LP의 소릿골을 갉아 음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요. 비싼 돈 들여 산 장비로, 아끼는 LP를 상하게 하는 셈이죠. 실제로 "좋은 거 사면 알아서 좋은 소리가 나겠지" 하고 고가 모델을 들였다가, 세팅을 못 해서 판이 튀고 소리가 이상하다며 도로 묻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장비 탓이 아니라 세팅 탓인데 말이죠.
그래서 입문자에게는 세팅이 거의 필요 없는, 꽂으면 바로 소리 나는 턴테이블이 정답에 가깝습니다.
첫 턴테이블, 이 세 가지만 확인하세요
복잡한 사양 다 몰라도 됩니다. 입문용은 이 세 가지만 보면 충분해요.
첫째, 포노앰프 내장. 턴테이블의 작은 신호를 키워주는 장치인데, 이게 없으면 소리가 모기 소리만큼 작게 납니다. 입문용은 대부분 내장되어 있으니 "포노앰프 내장"이라고 적힌 걸 고르세요.
둘째, 카트리지 기본 장착. 바늘 부품이 미리 달려 나오는 모델이면 따로 사서 끼울 필요가 없어요. 입문 단계에선 이게 마음 편합니다.
셋째, 간단한 연결. 전원 꽂고 스피커만 연결하면 바로 재생되는 '플러그앤플레이' 방식이 좋아요. 조립이나 세팅에 시간을 많이 안 써도 되는 거죠.
입문용으로 추천하는 가격대와 모델
입문은 13만 원에서 30만 원대면 충분합니다. 이 가격대에서 평이 좋은 모델 몇 가지를 소개할게요.
오디오테크니카 AT-LP60X (13만 원대) — 입문용의 대표 주자입니다. 포노앰프 내장에 카트리지도 기본 장착, 연결도 간단해서 "처음 한 대"로 부담이 없어요. 가격 대비 기본기가 탄탄해서, 이걸로 시작해도 충분히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최저가 확인하기레가 플래너1 (Rega Planar 1) — 조금 더 음질에 욕심이 난다면 고려할 만한 영국제 모델입니다. 엔트리급인데도 카트리지가 기본 장착돼 별도 구매가 필요 없고, 조립과 연결이 20분이면 끝나요. 동급에서 음질 평이 좋은 편입니다.
최저가 확인하기데논 DP-400 — "입문이지만 나중에 업그레이드하기 싫다" 하는 분께요. 침압 조절과 안티스케이팅 기능을 갖춰 한 단계 위 경험을 주면서도, 오토 리프트·오토 스톱 같은 편의 기능이 있어 쓰기 편합니다. 입문과 중급 사이의 다리 같은 모델이에요.
최저가 확인하기스피커가 없다면, 전원만 꽂으면 소리가 나는 '액티브 스피커'를 함께 두면 됩니다. 30만 원대 제품이면 위 턴테이블과 짝지어 훌륭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장비를 갖췄다면, 이제 좋은 LP 차례입니다
사실 턴테이블은 시작일 뿐이에요. 결국 좋은 음악, 좋은 음반이 있어야 이 모든 게 의미가 있죠.
어떤 LP부터 모아야 할지, 어디서 좋은 음반을 구해야 할지 막막하시다면 — 저희가 운영하는 음반 가게에서 그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실 수 있습니다. 클래식부터 현대음악까지, 한 장 한 장 골라 담은 음반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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