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LP를 시작하시는 분들이 가장 설레는 순간은 아마 나만의 작은 청음 공간을 꾸밀 때일 겁니다. 아담한 책상 위에 예쁜 턴테이블을 올리고, 그 옆에 마음에 드는 스피커를 나란히 배치해 둔 모습을 보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지요. 저 역시 가게를 처음 열었을 때는 공간을 아끼려고 그렇게 배치를 해두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예쁜 그림이 사실은 여러분의 소중한 LP와 바늘을 아프게 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바늘 끝이 소릿골에 닿는 지점

소리의 시작이자 적, '진동'을 격리해야 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턴테이블과 스피커는 절대 같은 가구 위에 함께 두어서는 안 됩니다. 턴테이블은 아주 미세한 물리적 진동을 읽어서 소리로 바꾸는 섬세한 기기입니다. 반면에 스피커는 소리를 내기 위해 스스로 몸체를 울리는 진동판이지요. 이 둘을 한 책상에 두는 것은, 흔들리는 지진판 위에서 정밀한 손글씨를 쓰려는 것과 같습니다.

가게에서 만 장이 넘는 판을 닦고 틀며 수많은 손님들을 만났습니다. 소리가 자꾸 튀거나 웅웅거리는 하울링 소음이 난다며 판이 불량 아니냐고 찾아오시는 입문자분들의 열에 아홉은 이 배치의 문제를 겪고 계셨습니다. 스피커의 울림이 책상을 타고 그대로 턴테이블 바늘로 전달되면, 소리가 지저분해질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바늘이 레코드 판 표면을 긁어 영구적인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비싼 장비를 사지 않아도, 배치 하나만 바꾸면 해결될 문제인데 말입니다.

돈을 들이지 않고 소리를 살리는 배치법

가장 좋은 해결책은 스피커를 턴테이블이 있는 테이블과 완전히 분리된 다른 곳에 두는 것입니다. 방 구조상 공간이 부족하다면, 스피커 아래에 진동을 흡수해 주는 얇은 패드나 전용 매트를 깔아주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굳이 비싼 오디오 전용 방진 매트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두꺼운 책이나 안 쓰는 패브릭을 임시로 활용해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돈을 들여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기 전에, 기기들이 서로 간섭하지 않게 거리를 두는 것이 먼저입니다.

공간의 진동을 잡고 나면, 이전에는 들리지 않던 악기들의 숨소리와 따뜻한 공간감이 비로소 귀에 들어오기 시작할 겁니다. 이제 조용하고 안정된 턴테이블 위에 평소 좋아하던 잔잔한 재즈 음반이나 클래식 소품집을 올려보세요. 오롯이 음악에만 몰입할 수 있는 진짜 LP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