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LP를 사서 비닐을 뜯을 때의 설렘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조심스레 알판을 꺼내 턴테이블에 올리는 그 순간은 언제나 특별하지요. 그런데 이때 많은 입문자분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LP가 담겨 있던 기본 종이 속지입니다. 새 음반을 샀으니 그 안에 든 종이봉투도 당연히 깨끗하고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종이 속지가 소중한 음반을 망치는 주범이 되기도 합니다.
종이 먼지와 미세한 상처의 주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음반을 구매한 뒤에는 기본 종이 속지를 그대로 쓰지 마시고 정전기 방지용 비닐 속지로 갈아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며 만 장이 넘는 LP를 닦고 만져왔지만, 종이 속지에 그대로 방치된 음반치고 상태가 온전한 것을 보기 드물었습니다. 종이는 가만히 있어도 미세한 먼지와 가루를 만들어냅니다. 이 종이 먼지가 LP의 미세한 소리 골(그루브) 사이에 끼어들면, 바늘이 지나갈 때마다 '지지직' 하는 잡음의 원인이 됩니다.
꺼내고 넣는 순간 생기는 상처들
더 큰 문제는 LP를 꺼내고 넣을 때 발생합니다. 거친 종이 표면과 LP의 바이닐 재질이 마찰하면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스크래치, 즉 헤어라인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건조한 날에는 종이와 비닐이 만나 엄청난 정전기를 일으킵니다. 이 정전기는 공기 중의 온갖 먼지를 자석처럼 빨아들여 음반에 밀착시킵니다. 그래서 저는 손님들께 비싼 세척기나 거창한 관리 용품을 사기 전에, 우선 저렴한 무정전 비닐 속지부터 구비하시라고 늘 권해드립니다.
기존에 있던 종이 속지는 버리지 마시고 자켓 안에 그대로 보관하시되, 알판만 새로 장만한 비닐 속지에 넣어 자켓 뒤편에 겹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렇게 속지만 바꿔주어도 먼지와 정전기 걱정 없이 훨씬 깨끗한 소리를 오래 즐길 수 있습니다.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작은 습관 하나가 여러분의 바늘과 음반의 수명을 몇 배는 늘려줄 것입니다. 오늘 밤에는 아끼는 음반을 꺼내 속지를 한번 확인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온전히 음악에만 몰입할 수 있는 편안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